다산 부영한의원 남양주 다산동에서 진료 중

수면제를 끊고 싶은데 끊을 수가 없습니다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집니다.

시계를 봅니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지만 잠은 오지 않고, 대신 낮에 있었던 일이며 오래전 일까지 떠오릅니다. 그러다 여섯 시가 되면 몸이 무겁게 일어납니다.

이런 날이 몇 달, 몇 년 이어진 분들이 진료실에 오십니다. 대부분 50대에서 60대 여성이고, 손에는 이미 수면제가 들려 있습니다.

“먹으면 자기는 하는데요. 이걸 평생 먹어야 하나 싶어서요.”

이 글은 그분들을 위해 씁니다.

잠이 안 온다는 말은 한 가지 병이 아닙니다

불면증으로 오신 분들에게 저는 잠 이야기부터 묻지 않습니다. 낮에 어떻게 지내시는지를 먼저 여쭙니다. 같은 “잠이 안 온다”도 안을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갈래로 갈리기 때문입니다.

화가 올라와서 못 자는 경우

성질이 부쩍 잘 납니다. 사소한 일에 욱하고, 그러고 나서 후회합니다. 입안이 쓰고 대변이 굳습니다. 잠은 아예 오지 않는 쪽에 가깝고, 누우면 오히려 생각이 더 또렷해집니다.

말라서 못 자는 경우

입과 목이 마릅니다. 물을 마셔도 잠깐입니다. 손발이나 가슴에서 열이 올라오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지럽기도 합니다. 잠이 들긴 드는데 얕고, 새벽에 깹니다.

비어서 못 자는 경우

꿈을 많이 꾸고 자주 깹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습니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늘 피곤하고, 입맛도 없습니다. 조금만 놀라도 가슴이 덜컹합니다.

이 셋은 원인이 다르니 접근도 달라집니다. 화가 올라온 분에게 보하는 약을 쓰면 더 못 주무시고, 비어 있는 분에게 내리는 약을 쓰면 기운이 더 빠집니다.

흔히 보는 불면 정보가 잘 듣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세 사람에게 같은 답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이 나이에 시작되었을까

갱년기 이후에 불면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르는 것입니다. 몸을 적시던 것이 줄어듭니다. 눈이 뻑뻑해지고, 입이 마르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집니다. 밤에 화장실을 가고, 변이 되직해집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살면서 쌓인 화입니다. 참았던 일, 삼켰던 말, 오래 끌어안고 있던 걱정. 이것들이 몸에서 열로 바뀌고, 열은 남은 물기를 마저 말립니다.

마른 몸은 잠을 붙들지 못합니다.

낮에 활동하던 기운이 밤이 되면 몸 안쪽으로 들어와 쉬어야 하는데, 안쪽이 말라 있으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위로 떠오릅니다. 몸은 지쳐 있는데 머리만 말똥말똥한 상태가 그것입니다.

입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이 나고, 소화가 안 되고, 잠이 안 오고. 여러 군데가 한꺼번에 불편해서 여러 과를 돌아다니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각각 다른 병이 아니라 한 줄기에서 나온 가지들입니다.

수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면으로 한의원에 오시는 분들 상당수가 이미 수면제를 드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두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이거 끊고 싶어요.”

절대 혼자 갑자기 끊지 마십시오

이것이 가장 흔하고 가장 위험한 실수입니다.

수면제를 오래 드신 분이 어느 날 마음먹고 딱 끊으면, 며칠 안에 이전보다 훨씬 심한 불면이 옵니다. 불안하고, 가슴이 뛰고, 아예 한숨도 못 자는 밤이 이어집니다. 원래 불면보다 몇 배 힘듭니다.

이것을 반동 현상이라고 합니다. 병이 심해진 것이 아니라, 약이 빠지면서 몸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견디다 못해 다시 약을 드시면, 원래 드시던 양으로는 듣지 않습니다. 더 센 약, 더 많은 양이 필요해집니다. 끊으려다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수면제는 끊는 것이 아니라 줄여가는 것입니다.

줄이는 데는 순서가 있습니다

수면제는 대개 자기 전에 한 번 드십니다. 그래서 줄일 때는 횟수가 아니라 양을 내립니다.

항불안제를 함께 드시는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쪽은 하루에 나누어 드시는 분이 많아, 먼저 횟수를 줄이고 그다음에 양을 줄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시간을 둔다는 점입니다. 양약을 줄이면 평소 불편하던 증상이 다시 나옵니다.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 증상이 가라앉은 것을 확인하고 다음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급하게 두 계단씩 내려가면 반드시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 과정은 반드시 약을 처방해주신 선생님과 상의하면서 진행하셔야 합니다. 어떤 약을 얼마나 드셨는지에 따라 줄이는 속도가 달라지고, 종류에 따라서는 더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임의로 판단하실 일이 아닙니다.

한약의 역할

한약은 수면제를 대신하는 약이 아닙니다. 양약을 줄여가는 과정을 견딜 수 있게 돕는 역할입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양약을 줄이시면 평소 불편하던 증상이 다시 나옵니다. 그런데 마침 한약을 드시고 있으면, 많은 분들이 “한약이 안 맞아서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줄였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이것을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모르면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시고, 알면 넘어가십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오시면 이 설명부터 드립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가벼우면 한 달, 오래되었거나 심하면 두 달 이상 봅니다. 약을 오래 드셨을수록, 그리고 그 약이 잘 들었을수록 더 천천히 갑니다. 조급하게 가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두 달 정도로 자리를 잡으면, 그 뒤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살피는 정도로 줄여갑니다.

이런 경우는 검사를 먼저 받으십시오

불면이라고 다 같은 불면이 아닙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이런 것들을 걸러내는 것도 진료의 일부입니다.

마지막으로

불면으로 오래 고생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봐요.”

아닙니다.

몸이 잠을 붙들 힘이 모자란 것입니다. 오래 쌓인 것이 몸을 말려놓았고, 마른 몸은 밤에 가라앉지를 못합니다. 마음먹기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되돌릴 수 있는 종류의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걸리고, 순서가 있고, 혼자 하시기는 어렵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오래되셨다면, 한 번 들러서 이야기를 나눠보셔도 좋겠습니다.

진료 과정과 수면제를 줄여가는 순서는 불면·수면장애 클리닉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요약

갱년기 이후의 불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쌓인 화가 몸을 말려 밤에 기운이 가라앉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화가 올라와 못 자는 경우, 말라서 못 자는 경우, 비어서 못 자는 경우가 각각 달라 접근도 달라집니다. 수면제는 갑자기 끊으면 이전보다 심한 반동 불면이 오므로, 처방의와 상의하며 단계적으로 줄여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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